D-1
시험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보였다.
문제 푸는 방법도 잘 안 보이고... 계산도 계속 실수를 해서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자기 직전에 멘탈 마지막으로 잡으려고 레미제라블의 'One Day More'를 들었는데, 멘탈이 더 깨졌다.
솔직히 내일이 심판의 날이네 주의 뜻을 알 수 있는 날이네 뭐네 이러는데 멘탈에 도움이 될리가 없다 ㅋㅋ
잠도 더럽게 안 와서 12시 근처에 잔 것 같다. 시작되지도 않은 시험에 크게 말린 느낌이 들어서 걱정이 앞섰다.
D-Day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씻고 바로 출발, 새벽 6시 30분 정도에 익숙한 수리과학부 건물에 도착했다.
잠을 좀 깨고 정신을 차려서 면접 건물로 이동하고, 학교 선생님의 격려 속에서 친구와 같이 면접 대기실로 갔다.
면접 장소인 4층에 올라가보니, 복도에 책상이 깔려 있었다. 여기서부터 약간 소름 ㅋㅋ
대기실로 들어가서,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나 좀 둘러보았더니, 면접자 라인업이 상당히 살벌했다.
특히 서울과학고에서 온 친구들은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만 와서 무서웠다.
면접을 보는 순서를 곧 알려주셨고, 내가 5번째 순서로 면접을 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하는 동안에는 내가 전날 확인해둔 자소서 관련 내용을 다시 상기하고, 프린트 몇 개 꺼내서 읽었다.
면접 대기실의 분위기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신 것 같다.
아무튼 내가 면접을 보는 시간인 9:45는 빠르게 다가왔고, 운명의 45분이 시작되었다.
문제
1. \( A(-10,2), B(10,2)\)가 \(xy\) 평면 위에 있다. 또한, 점 \(C, D\)는 \(x\)축 위의 점이다.
(1) \( AC + CD + DB\)가 최소일 때, \(C, D\)의 좌표를 구하시오.
(2) \( 0< k \le 1\)인 \(k\)에 대해 \(AC+kCD+DB\)가 최소가 되도록 \(C, D\)를 잡자.
이때, \(C\)와 \(D\)가 \(y\)축에 대해 대칭임을 보이시오.
(3) \(k\)가 1에서 시작하여 감소하다 어느 값이 되면 \(AC+kCD+DB\)의 값을 최소로 하는 점 \(C, D\)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C, D\)가 움직이기 시작하게 되는 \(k\)의 값을 구하시오.
2. \(xy\) 평면에서 다음과 같은 영역 \(S, T\)를 정의하자.
$$ S = \{(x,y) | |y| > x^2\} $$ $$ T = \{(x,y)|0<|y|<|x| \} $$ 또한, 시행 \((P)\)와 \((Q)\)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시행 \((P)\): \(0\)이 아닌 정수 \(m\)을 선택하고, \((x,y)\)를 \((x^2+2my,y)\)로 옮긴다.
시행 \((Q)\): \(0\)이 아닌 정수 \(n\)을 선택하고, \((x,y)\)를 \((\sqrt{|x|},y+2nx)\)로 옮긴다.
(1) \(S\)에 속한 점은 시행 \(P\)를 통해 \(T\)의 점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보이시오.
(2) '되돌이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점 \((x,y)\)에 대하여, 시행 \((Q)\)와 시행 \((P)\)를 번갈아 진행했을 때 다시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점들을 되돌이점이라고 한다. 단, 시행은 반드시 시행 \((Q)\)로 시작되어야 한다.
(예시) \((0,0) \rightarrow (0,0)\), (\(n=1\) 선택하여 시행 \((Q)\))
\((1,2) \rightarrow (1,0) \rightarrow (1,0) \rightarrow (1,2)\), (\(n=-1\), \(m=1\), \(n=1\)을 순서대로 선택하여 \((Q), (P), (Q)\) 시행)
그러므로, \((0,0), (1,2)\)는 모두 되돌이점이다. 이제 \((1,0)\)은 되돌이점인지 판단하시오.
풀이
1번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 이런 기하문제가 입시에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선 1-(1)은 \(B\)를 \(x\)축 기준으로 대칭시킨 다음, 삼각부등식을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B'(10,-2)\)를 잡으면, 대칭성과 삼각부등식에 의해서 다음이 성립함을 확인할 수 있다.
$$ AC + CD + DB = AC + CD + DB' \ge AB' $$ 등호는 \(A, C, D, B'\)이 한 직선 위에 있을 때 성립하며, 이 경우는 \(C, D\)가 원점일 때이다.
1-(2)는 초반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말릴 수 있는 문제였다. \(C, D\)가 원점을 기준으로 반대 방향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정한다면, \(C, D\)는 각각 \(AC+ k CO\), \(DB+kDO\)를 최소화하는 점으로 잡으면 되고, 이 위치는 각 식의 대칭성에 의해서 원점을 기준으로 대칭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AC+kCO\)가 유일한 \(C\)에 대해서 최솟값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 풀이는 \(C, D\)가 원점을 기준으로 같은 방향에 있을 경우를 처리하지 못하고, 이 경우를 처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논리적으로 하기 까다롭다. 여기서 말리기 쉽다. 실제로 나도 여기서 한 번 말렸고, 1-(3)을 해결한 뒤에 돌아와서 풀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CD\)의 길이를 고정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AC+DB\)의 길이를 최소화하는 문제가 된다.
\(B\)를 \(CD\) 길이만큼 \(x\)축 방향으로 (\(C\)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평행이동시킨 것을 \(B'\)이라 하자.
그러면 \(AC+CB'\)의 길이를 최소화하는 문제가 되고, 이는 다시 1-(1)처럼 \(B'\)을 \(x\)축 기준으로 대칭시켜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이제 적당하게 계산을 해주면 원하는 결론이 얻어진다.
\(D\)가 \(C\)보다 왼쪽에 있는 경우에 관해서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 풀이는 이 경우에도 정당하다.
1-(3)은 1-(2)의 결론에 의해 \(C(-u,0), D(u,0), u \ge 0\)을 잡고 (\(C\)가 \(D\)보다 왼쪽에 있어야 최소임은 자명하다) $$ f(u) = AC + k CD + DB = 2ku+2\sqrt{(10-u)^2+2^2} $$를 설정하자. 우리의 목표는 \(f(u)\)의 최솟값이 \(u=0\)에서 얻어지지 않는 \(k\)의 범위를 구하는 것이다.
\(f\)를 한 번 미분하면, \(f'(u)=2\left(k - \frac{(10-u)}{\sqrt{(10-u)^2+2^2}} \right) \)가 나온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점은, \( \frac{(10-u)}{\sqrt{(10-u)^2+2^2}} \)가 \(u\)에 대해서 감소하는 함수라는 것이다.
즉, \(f'(u)\)는 \(u\)에 대해서 증가하는 함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k\)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만약 \(f'(0) \ge 0\)이라면, \(f\)는 \(u\)에 대한 증가함수이다. 최솟값은 \(u=0\)에서 나온다.
만약 \(f'(0) < 0\)이라면, \(f\)는 확실하게 \(u=0\)에서 최솟값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커트는 \(f'(0)=0\)일 경우에 일어나며, 이 경우에서 \(k=\frac{5}{\sqrt{26}}\)이다.
2번으로 넘어갔다. 상당히 새롭고 참신한 문제를 내려고 노력하신 것 같다. 정말 재밌는 문제.
우선 2-(1)을 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목표: \(|y|>x^2\)이면 \(0\)이 아닌 정수 \(m\)에 대해 \(|x^2+2my|>|y|>0\)이 성립함을 보이자.
좌변을 \(m\)에 대한 식으로 보면, 이 식은 \(-\frac{x^2}{2y}\)를 기점으로 증/감이 바뀌는 V 모양 함수다.
그러므로, \(m\)이 \(-\frac{x^2}{2y}\)에 가장 가까운 \(0\)이 아닌 정수인 경우에만 부등식을 확인해주면 된다.
\(|y|>x^2\)이므로 \(\left| \frac{x^2}{2y} \right| \le \frac{1}{2}\)가 성립하고, 결국 \(m=\pm 1\)만 보면 충분하다.
계산을 간단하기 위해서, 다음 보조정리들을 활용하도록 한다. 아래 논의에서 '부호'는 양수/0/음수로 나뉜다.
보조정리 1: \(0 \le |x|<|y|\)인 실수 \(x, y\)가 있다. \(y\)와 \(y+x\)와 \(y-x\)는 모두 부호가 동일하다.
보조정리 2: \(x, y\)가 부호가 동일한 \(0\)이 아닌 실수라면, \(|x+y| > |y|\)가 성립한다.
두 보조정리의 증명은 자명하므로 생략한다. 이제 \(m = \pm 1\)일 때 부등식을 증명해보자.
\(m=1\)인 경우: \(y\)와 \(y+x^2\)의 부호가 동일하므로, \(|x^2+2y| = |y+(y+x^2)| > |y|\)다.
\(m=-1\)인 경우: \(y\)와 \(y-x^2\)의 부호가 동일하므로, \(|x^2-2y|=|y+(y-x^2)| > |y|\)다.
결국 \(m=\pm 1\)일 때 부등식이 성립하고, 모든 \(0\)이 아닌 정수 \(m\)에 대해 \(|x^2+2my|>|y|\)가 성립한다.
한편, \(|y|>x^2 \ge 0\)이므로 \(|y|>0\)도 어렵지 않게 얻어진다. 이렇게 2-(1)의 증명이 끝난다.
2-(2)는 답을 추측하는 게 중요한 문제다. 답은 되돌이점이 '아니다'.
2-(1)에서와 마찬가지 방식의 논의로, \(T\)에 속한 점이 시행 \((P)\)를 통해서 \(S\)로 이동함을 알 수 있다.
\((1,0)\)에서 시행 \((Q)\)를 적용하면 \((1,2n)\)으로 이동하고, 이 점은 \(n\)이 \(0\)이 아닌 정수면 무조건 \(S\)에 속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점은 \((P), (Q)\)를 반복 적용하면서 \(S, T\) 사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1,0)\)은 \(S\)에도, \(T\)에도 없다. 그러므로 \((1,0)\)으로 되돌아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증명 끝.
면접
어마어마하게 떨었다. 면접에서는 풀이지를 교수님께 보여드리면서, 연필로 중요 내용을 짚어가며 설명하게 되었다.
긴장한 상태에서 최대한 엄밀하게 모든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교수님의 질문은 2-(2)에서의 '마찬가지 방식의 논의'에 대한 설명 요구였다. 이 설명을 마쳤더니 시간이 3분 남았다.
그 후 교수님께서는 자소서 4번 - 독서에 관한 질문을 하셨고, (인상 깊게 읽은 책 소개) 전날에 준비한 덕분에 대답할 수 있었다.
다음은 다른 친구들이 받았다던 추가질문 몇 개다.
추가질문 1: 되돌이점의 예시를 하나 더 찾으시오.
추가질문 2: https://en.wikipedia.org/wiki/Sharkovskii%27s_theorem의 하위호환 (이게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periodic point of period \(3\)가 존재하면, periodic point of period \(2\)가 존재함을 보이는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다루는 함수는 연속함수. 자세한 내용은 위키 링크를 타고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3년간 고생이 많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UPD: SNU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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